시간을 그리는 화가, 메랍 아브라미슈빌리(Merab Abramishvili, 1957–2006, Merab Abramishvili: The Georgian Painter Who Painted Time)
시간을 그리는 화가, 메랍 아브라미슈빌리(Merab Abramishvili, 1957–2006) 예술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기 쉽습니다. 그러나 어떤 예술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잊힌 시간을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사람 이기도 합니다. 조지아의 화가 **메랍 아브라미슈빌리(Merab Abramishvili)**가 바로 그런 화가였습니다. 그의 그림을 처음 보면 이상한 착각이 듭니다. 방금 완성된 작품인데도 수백 년 동안 수도원의 벽에서 빛과 먼지를 맞으며 존재해 온 프레스코처럼 보입니다. 색은 낡았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았고, 인물은 정지해 있지만 지금도 숨을 쉬는 듯합니다. 그의 그림은 시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스며든 물질처럼 존재합니다. 메랍은 1957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태어나 1981년 트빌리시 국립미술아카데미를 졸업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구람 아브라미슈빌리는 조지아 중세미술 연구자였고, 어린 메랍은 아버지를 따라 7세기 아테니 시오니 성당의 프레스코를 조사하는 답사에 참여했습니다. 이 경험은 그의 평생을 결정지었습니다. 그는 벽화를 단순히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벽화 속 시간을 자신의 회화로 옮기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레브카스(Levkas) 기법이었습니다. 중세 성화 제작에 사용되던 백악과 아교 바탕을 목판에 입힌 뒤 템페라를 여러 번 쌓고 다시 벗겨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회화가 아니라 오래된 성당 벽에서 떼어낸 프레스코처럼 보입니다. 현대미술이 속도를 추구하던 시대에 그는 가장 느린 회화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메랍을 단순히 '종교화가'라고 부르면 그의 세계를 절반밖에 보지 못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조지아 정교회의 성상뿐 아니라 페르시아 세밀화의 장식성, 비잔틴 미술의 평면성, 코카서스 지역의 신화와 상징이 함께 존재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