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론 : 악이 아니라 인간의 오판을 촬영하는 감독 From The Chaser and The Wailing to Hope: The Cinema of Na Hong-jin English · Français · Tiếng Việt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로 생성되었습니다. 이 글에는 『추격자』, 『황해』, 『곡성』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홍진의 영화가 끝나면 우리는 악인의 얼굴보다 한 사람의 망설임을 더 오래 기억한다. 문을 조금만 일찍 열었더라면, 한 번만 더 상대의 말을 들었더라면, 공포에 휩쓸리기 전에 잠시 기다렸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순간들. 그의 영화에서 비극은 악이 너무 강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너무 늦게 이해하고, 너무 빨리 확신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나홍진은 악을 촬영하는 감독이라기보다 인간의 오판이 완성되는 시간을 촬영하는 감독 에 가깝다. 『추격자』에서 『황해』와 『곡성』을 지나 『호프』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물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쫓는다. 범인을, 돈을, 가족을, 진실을, 살아남을 방법을 쫓는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놓치고 있는 것은 눈앞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추격자』: 범인을 잡아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세계 『추격자』가 잔인한 까닭은 살인범이 무서워서만이 아니다. 영화는 비교적 일찍 범인의 정체를 드러낸다. 미스터리가 사라졌으니 구조는 쉬워져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이 시작된다. 모두가 범인을 알고도 한 사람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직 형사 중호는 처음부터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다. 사라진 여성들을 사람으로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손해로 계산한다. 경찰은 진실보다 조직의 체면과 절차에 붙잡혀 있고, 거리의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 때문에 결정적인 징후를 지나친다. 누구도 완전히 무능하지 않고, 누구도 완전히 악하지 않다.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한 결함들이 맞물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 나홍진은 여기서 영웅이 악인을 제압하는 통쾌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호는 달리고, 넘어지고, 때리고, 다시 달리지만 그의 속도는 늘 진실보다 늦다. 관객은 그를 응원하면서도 불편해진다. 그가 한 발만 더 빨랐으면 좋겠다고 바라다가, 곧 우...